카테고리 : 최 승 자
2007/06/19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4]
2007/05/16   내 청춘의 영원한 [1]
2007/04/18   이제 가야만 한다
2007/04/17   무심 [1]
2007/04/17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2]
그리하여 어느날, 사랑이여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 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병에 꽂아다오

- 최 승 자 -



누군가 떠오르는 사랑 노래가 무어냐면 이 노래라 하겠다.


읽을 때마다, 이 시는 살아서 움직인다.
마지막 연이 앞으로 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거대하게 커지기도 하고.
모든 연이 1연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뱉어지고.
사랑은 삶이란 거죽을 토해내 뒤집어쓰고, 혹은 삶은 사랑이라는 거죽을 삼켜버리고.
흡사 automation이 동반된 설치 미술같다.
혹은 자연사 박물관의 거대한 공룡뼈.
무엇이든.

꺾이어진 팔과 다리에서는 무엇이 돋아날까
d o y o u b e l i e v e i n

어찌 되었든.

이룰 수 없는 것을 이루려 하지 않으며
헛됨을 이룬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려려고 한다,
적어도.

by maybe | 2007/06/19 13:22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4)
내 청춘의 영원한
내 청춘의 영원한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앵글.

                                       최 승 자
                                       이 時代의 사랑(1981) 중에서



짐을 정리하다, 최 승자님의 첫 번째 시집, 이 시대의 사랑을 찾았다.

"내 청춘의 영원한"의 한 구절 한구절은 내 마음을 흔든다. 
청.춘. 
청.춘. 이 주는 기묘한 울림.
무언가 일어날 것 같은 조짐, 무언가 맘대로 되지 않는, 그러나 안될 것 같지는 않는. 그리 나쁘지 만은 않다는.

나는 청.춘.인가?
이제는 아니지 않나, 내가 아직 그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 그런 단어와는 거리를 두고, 
뭔가 다른, 더 멋진 단어를 찾아내야 하는가 아닌가.
아직까지 그 단어에 집착하는 것은 퇴행이 아닌가.
그래도 되는 것인가.
왜 내게는, "영원한"이 트라이앵글에 가서 붙지 않고, 자꾸 청춘에 가서 붙으려 하는가.
왜 내게는 청.춘.이 단지 푸르른 봄날로 와 닿지 않고, 다른 이미지를 떠 올리게 하는가.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혀끝으로부터 시작해 발끝까지 휘감는 청춘을 지키는 세가지 마법의 주문.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이 시는 입술을 움직이며, 혀를 움직이며 읊어야 한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어 보이는 삼각형에 사로잡혀,
이 꼭지점에서 저 꼭지점으로 쉼없이 떠도는 
고단한 청춘을 본다  
by maybe | 2007/05/16 22:46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1)
이제 가야만 한다

때로 낭만주의적 지진아의 고백은

눈물겹기도 하지만,

이제 가야만 한다

몹쓸 고통은 버려야만 한다.

 

한때 한없는 고통의 가속도,

가속도의 취기에 실려

나 폭풍처럼

세상 끝을 헤매었지만

그러나 고통이라는 말을

이제 결코 발음하고 싶지 않다.

파악할 수 없는 이 세계 위에서

나는 너무 오래 뒤뚱거리고만 있었다.

 

목구멍과 숨을 위해서는

동사만으로 충분하고,

내 몸보다 그림자가 먼저 허덕일지라도

오냐 온몸 온정신으로

이 세상을 관통해보자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을 수 없을 때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혹 내가 피어나리라.

 

 

- 최 승 자 -







                                                                            동사만으로 충분하고
 

by maybe | 2007/04/18 11:09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0)
무심

어느 썩은 도랑에서 나 태어났고

어느 썩은 도랑에서 나 살았고

어느 썩은 도랑에서 나 죽을 것이다.

 

나는 내게서 모든 기대를 거두어다오.

 

나 이미 살았고 죽었고,

살았었고 죽었었고

남은 것은 가벼이 머물다

흘러가버리는 무심.

 

눈뜨고 죽은 송장의

두 눈동자에 비쳐 흐르는

잠시이며 영원인 무심.



- 최 승 자 -

by maybe | 2007/04/17 12:33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1)
나의 시가 되고 싶지 않은 나의 시

움직이고 싶어
큰 걸음으로 걷고 싶어
뛰고 싶어
날고 싶어

깨고 싶어
부수고 싶어
울부짖고 싶어
비명을 지르며 까무러치고 싶어
까무러쳤다 십년 후에 깨어나고 싶어

     -  최 승 자 -

by maybe | 2007/04/17 12:22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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