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나는

한 때 좋아했던 최승자 시인의 시...

무슨 뜻이 있어 좋아한다거나,

낭송하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거나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최승자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몸도 마음도 아프시지 않기를.

 

 

일찌기 나는                                          최승자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에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천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 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 가면서

일찌기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우리가

잠시 스쳐갈 때 그러므로,

나를 안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너를모른다 나는너를모른다.

너당신그대, 행복

너, 당신, 그대, 사랑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

by maybe | 2006/12/05 13:09 | 최 승 자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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