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정 호 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그 말이 와 닿아, 내가 좋아하는 선배에게 이 시를 소개했었다, 좋지 않냐고.
선배 왈, 어떻게 시냐, 당연한 것을 적었을 뿐인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이 외롭다는 것을 체화하지 못했었고,
오십가까이 산 선배는 사람이 외롭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굳이 조직에서 높은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일정 이상의 나이가 되면 적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 결정에 대해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한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선배는 그렇게 살았다.

사춘기는 부모와 스스로가 서로 독립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이성을 좋아하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아이러니 하지만, 다른 이를 좋아하면서, 스스로의 독립성에 대해 눈을 뜬다고 할까...

사람이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결국은 결정은 내가 해야 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구의 품에 안겨 하소연을 하고, 눈물을 더이상 참지 않고,
그래 이제 되었다며 등을 토닥여주는 것은, 다만 판타지라는 것.
내 이야기는 내가 삼켜야 한다는 것.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통과의례의 끝부분 어딘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불현듯 선배가 보고 싶고, 정호승님의 시가 생각이 났다.

by maybe | 2007/05/12 05:36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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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보클레어 at 2007/05/13 19:43
고등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제가 전학을 갈 때 한 선배가 이 시를 적은 편지를 주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감동적이었지만 이 시에서 말하는 외로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했었죠.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리라고 생각했고, 나는 외로움을 타지 않는 강한 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면 갈수록 인생의 발밑을 흐르는 그 외로움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유학 생활도 그 외로움과의 처절한 싸움일거라고 예상하고 있어요. 그 때 쯤 maybe님의 이 글이 절절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체크포스트 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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