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질문들
노무현과 월간조선
 

노무현 정권이 그 진정성이야 어찌되었든, 전략적으로 전술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특히 조중동에 대한 전략 전술은 참으로 순진 무구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류의 싸움은 시작하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기지 못할 바에야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시작해서 이기지 못하면 상대에게 잡아먹힌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공부가 짧아서인지, 미련이 남아서인지, 노무현 정권의 실패의 원인을 이야기 하는 누구의 주장에도 쉬이 고개가 끄덕여지며 수긍이 가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먼저 드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정성일 씨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 대한 글과, 김규항씨의 현 기독교의 문제와 관련된 글입니다.


정성일 씨는 영화 괴물속의, 본 것을 못본채 하는 강박증을 이야기합니다. 동의합니다. “괴물”이 죽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습니다. “괴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괴물로부터 현서 대신 세주를 살려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강두와 세주가 함께 앉아 밥숟가락을 든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현서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단지 살아있음이 희망일 수는 없습니다. 동물원 우리 속 펭귄도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현서를 죽인 괴물은 죽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괴물은 현서 죽음의 본질적 원인이 아니었습니다. 괴물은 그냥 가장 쉽게 눈에 뜨이고, 현서의 죽음을 손쉽게 설명해 주면서 책임져야 할 이들의 죄의식을 덜어 줄 따름입니다. 보라, 저 괴물이 현서를 죽였다, 하지만 괴물을 죽이고 세주를 구했다, 이제 되지 않았는가! 영화는 강박적일 정도로, 괴물만을 이야기하면서 나머지 근본적인 문제를 냉소하고 지워버립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cool"하다고 합니다. 


김규항씨의, 현 기독교를 만들어 낸 것은 일부 목사들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내 가족의 기복만을 바라는 현 사회라는 그의 지적은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현 기독교를 함께 책임져야 할 것은 현 “신도들”입니다. “신도들”이 없었다면, 그들은 지금처럼 강력한 위치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망발을 하지는 못할 것 입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정말 현 문제의 대부분을 노무현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었을까?

바꾸어 말해, 현 문제의 대부분 단지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기인한 것인가?

소위 말하는 진보 진영의 지리멸렬함이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기인한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386정권의 문제인가?

노무현 정권과 현 공무원의 문제인가?

그들은 정말 다른 정권에 비해 “탁월하게” 무능하였나?

아니면 이 모두가 노무현 정부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문제인가?

노무현 정권 대신에 이회창 정권이 들어서야 했나?

나는 누구에게 투표해야 했을까?

그 날 조선일보의 격정에 참 사설이 주장한대로 되었다면, (그들은 탁월한 혜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일까)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희망찬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내가 지금 노무현 대통령을 원망하고 그의 능력이 더 뛰어나지 않음을 한탄하는 것이, 우리 현 사회가 가진 문제들을, 애써 못본척하는 강박증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나름대로 내 밑의 몇사람을 책임지는 위치에서, 가끔은 윤석철 교수의 우선은 살아남는 게 미덕이라는 말이 너무도 절실합니다. 하물며, 극우 꼴통부터 진보까지 다양한 사람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통령 노무현도 나름대로 몸부림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기분이 그닥 우울하지 않을 때, 가끔은. 아직까지는 노무현 대통령이 다른 무엇보다 “불공정한 독식”이 그의 이루고자 하는 바는 아니지 않았을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 봅니다. 아직도 내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wanna-be 만을 생각하는 것 일까요?


인터넷 게시판에 넘쳐나는 막말과 소통부재와 무서울 정도의 쏠림을 보며,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보수냐 진보냐, 우냐 좌냐가 아닌, 다만 상식적인 사고와 그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옆에서, 한 아주머니가 주위 아주머니들께 사학법은 악랄한 빨갱이법이라고, 사학법이 교회 죽인다고,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대놓고 지도자 하나 잘못 뽑아 백성이 고생한다고 하신다고 이야기하네요... 절묘한 타이밍이네요, 웃어야 하는 것인지, 대선이 다가오는 것인지...)

by maybe | 2007/03/19 11:52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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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이몬 at 2007/03/19 13:25
음... 진정 동감하는 내용입니다. 지금 시대의 문제는 단순히 바라 볼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사회의 시스템 자체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다는 점입니다. 링크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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